인간의 삶에 있어서 비교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 제도, 정치적 인물 등에 대한 비교를 통해 좀 더 나은 선택지를 택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의 역사나 정치제도의 특징, 정치적 인물의 개인사, 정치적 영향력과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비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입니다.
흔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교'한다고 말할 때에 다른 점부터 찾게 됩니다. 그러나 비교는 차이점 뿐만 아니라 공통점까지 포괄합니다.
가령, 미국의 정치체제는 4년 중임의 민주공화제적대통령제이므로, 의회제를 채택한 영국의 정치체제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차이점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제가 미국에서 세계에서 최초로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1770년대만 해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영국의 압제적 통치에 반발하여 독립을 선언하게 됩니다.(미국 독립 선언) 이러한 경험 뒤에 필라델피아에서 모인 건국의 아버지들은 '영국의 입헌군주제 내지 의회제는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합니다. 그러나 당시 세계에는 '영국의 의회제'이거나 '군주제' 밖에 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새롭게 정치체제를 만들어내야 했고, 의회제적 및 공화제적 특성을 뒤섞은 '대통령제'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미국의 정치체제에는 영국의 수 세기동안 누적된 정치적 경험이 잘 가미되어 있습니다.
'비교'할 때, 우리는 차이점과 공통점이라는 두 가지 본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된 비교를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비교정치에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다른 분과학문, 다른 계열의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더 윤택하게 영위하도록 만드느냐"입니다.
비교정치라는 학문은 정치와 관련된 각각의 요소들을 비교하여 더 나은 선택지를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지 않으려면, 각 사회 내지 국가, 공동체에 적합한 정치체제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 이전에 정당체계를 알아봐야 하고, 그보다 더 이전에 정치문화가 어떤지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열적인 라틴 문화와 부드러운 앵글로색슨 문화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잘 굽히지 않는 라틴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는 타협을 중요시하는 양당제적의회제가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전통 속에 타협을 추구하게 된 앵글로색슨의 국가에서는 양당제적 의회제가 잘 맞게 됩니다. 각 나라의 정치적 배경을 파악하지 않고 정치체제를 채택한다면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