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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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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문 )
[1]의 상형문자
벌레를 뜻하는 한자 '충'자[2]는 본래 뱀을 뜻했다.
벌레를 뜻하는 영어 '워엄'[3]도 본래 뱀을 뜻했다.

뱀을 뜻했던 하나의 기호가 마침내 뜻밖에도 벌레를 뜻하게 된,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탈바꿈, 그토록 파격적인 의미 전환이 공교롭게도 유라시아의 양쪽 끝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희한한 현상도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필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마땅히 맑은 마음이 쏠리는 까닭이다.

독일어 속담 "Auch der Wurm krümmt sich, wenn er getreten wird."[4]는 사실상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우리말 속담 그대로다.

그 두 동서양 기호의 뜻이 처음의 '뱀'에서 나중의 '벌레'로 둔갑해 갈 때, 양다리 걸치기 딱 좋은 지렁이가 모르면 몰라도 아마 십중팔구 다리를 놓았을 듯하다. 요컨대, 벌레이면서 아마 가장 뱀 비슷하게 징그럽고 징그럽게 길고 그리고 기고 또 땅속으로 파고 들고 . . .

  1. '독사'로 특정하는 수도 있다.
  2. 현대영어 worm "벌레", 고대영어 wyrm "뱀, 용".
  3. «동아 프라임 독한사전». 동아출판사. 1990.